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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의 목소리 VOM 2014 11월호 이주민의 목소리 - 저 장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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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07회 작성일 14.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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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살람무알라이꿈!(당신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요즘 저는 아주 많이 바빠졌습니다. 회사에서 두 달간 휴가를 내서 방글라데시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그래서 회사의 바쁜 업무도 정리해야하고, 쉬는 날에는 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도 해야 하고,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을 기쁘게 해줄 선물을 준비하며 너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휴가는 제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에 가면 부모님이 소개한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합니다. 결혼을 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방글라데시는 한국과 다르게 연애하고 결혼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방글라데시는 사촌간의 결혼을 가장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사촌간의 결혼으로 기형아 출산이 증가한다고 하여 이제 사촌 간에 결혼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님들이 정한 신붓감과 결혼합니다. 한국처럼 연애를 하여 결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연애를 하면 부모님이 반대하여 가족과 영원히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친한 여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사실 그 친구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 친구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결혼을 할 생각이 없어졌습니다. 혼기가 꽉 찬 아들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자 어머니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또 방글라데시에서는 장남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동생도 결혼할 수 없습니다.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이고 제가 장남이라 동생도 결혼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괜찮으니 동생을 먼저 보내라고 했지만 부모님은 완강하셔서 동생은 제가 결혼한 다음에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긴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동생이 압박을 해 옵니다. “형 때문에 나는 장가를 못가, 이렇게 늙어 죽겠다!” 어머니도 딸도 없는데 며느리도 없다고 매일 푸념을 하십니다. 요즘은 저 때문에 혈압이 올라간다며 매일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동생과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결혼을 해야겠습니다. 제가 결혼하겠다고 하자마자 부모님이 벌써 저를 위해 착하고 예쁜 여자를 준비 해 놓고 계십니다. 11월 26일에 방글라데시에 가서 곧 결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방글라데시처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남자들이 4번까지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바람둥이가 아닌가 의심하는 한국사람들도 있는데 모두가 4번씩 결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쟁이 많던 시절 전사한 형제들의 아내들을 누군가를 돌봐주어야 했기 때문이 알라의 예언자 마호메드가 4번까지 결혼하는 것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아내들의 승낙을 받아야 하고 사랑과 재물을 평등하게 나눠주어야 합니다. 평등하게 대할 자신이 없으면 여러 번 결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의 남성들은 대부분 한번 결혼을 합니다.

저는 결혼을 하고 두달 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다시 1년 반 정도 한국에서 일하고 계약이 끝나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아내와 함께 살 수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아내는 저도 없는 방글라데시에서 시부모님과 살아야 합니다. 아내가 저의 부모님을 친부모님처럼 생각하고 잘해주기 바랍니다. 저 또한 아내의 부모님께 아들로서 잘할 생각입니다. 부모님들은 우리보다 오래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 자식인 우리가 잘해야 합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부모님께 잘하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배울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철도 장관이 독신주의자였습니다. 일흔 살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일흔 살에 삼십대 여성에게 첫눈에 반하여 결혼하였습니다. 처음으로 결혼하는 제 나이 서른넷, 그분에 비하면 젊어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결혼이 여전히 설레고 두렵습니다.

글 / 사진인물 : 모민 호세인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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